혈압기준 ‘강화’… 120/80 이하가 ‘정상’

의학전문|2003/05/27 17:26

혈압 관리 기준이 강화됐다.

최근 미국 국립 심장·폐·혈액연구소(NHLBI) 산하 ‘고혈압

교육프로그램 위원회’는 정상 혈압 기준을 종전의 ‘수축기혈압

130(㎜Hg)미만/확장기혈압 90미만’에서, 이 수치를 ‘120/80 이하’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또한 고혈압 기준치에 못미치지만 새로운 정상 혈압

기준치를 웃돌 때는 ‘고혈압 전단계 혈압’으로 지정했다. 예전에는

이를 ‘높은 정상혈압’으로 분류했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 박동으로 피가 동맥으로 뿜어 나올 때의 혈압을

말하며, 확장기 혈압은 심장이 이완할 때 유지되는 혈압을 말한다. 통상

혈압은 ‘수축기/확장기’ 수치로 표기된다.

현재 고혈압 기준은 ‘140/90’ 이상. 그동안 이 수치 밑이라면 정상

혈압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이번에 ‘121~139/81~89’ 혈압이 ‘고혈압

전단계’로 확대 분류됨에 따라, 여기에 속하는 사람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이같은 혈압 기준치 강화는 한국인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 혈압 기준, 왜 강화됐나?

높은 정상 혈압이 나중에 고혈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데다, 그

상태에서도 뇌졸중·심근경색 등 고혈압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고혈압 기준치에 근접한 상태(130∼139/85∼89)는 혈압이 조금만

상승해도 고혈압이 될 우려가 매우 높다. 이들이 정상혈압을 유지하는

비율은 20% 안팎이었다. 실제로 1990년 당시 정상혈압이었던 40∼60세

8722명을 대상으로, 93∼97년 사이 다시 고혈압 발생여부를 조사한 결과,

나중에 고혈압으로 새로이 진단된 247명 중 75%는 90년 조사에서 높은

정상혈압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 서일 교수팀이 35∼59세의 남성 10만 224명을

대상으로 고혈압과 질병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8년 간의 추적기간

동안 3622명의 사망자가 있었는데, 이중 높은 정상혈압 그룹의 사망률이

최적 혈압 그룹에 비해 25%나 높게 나타났다. 심혈관질환 발생률도

정상혈압은 24%인데 반해, 높은 정상혈압은 67%로 조사됐다.

이같은 현상은 혈압이 높을수록 동맥벽이 긴장돼 탄력이 떨어지고, 혈관

수축작용과 관련된 레닌-안지오텐신계 신경물질의 활성화로 동맥경화가

일찍 시작되기 때문이다. NHLBI는 혈압이 ‘115/75’를 넘어서면서부터

심혈관질환 위험이 올라가기 시작, ‘130/85’에 이르면 2배로 높아지며,

혈압이 ‘20/10’씩 올라갈 때마다 그 위험은 2배씩 뛴다고 전했다.

대한고혈압학회 홍순표(조선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총무이사는

“한국인의 하루 염분 섭취량(10∼12g)은 서양인(6∼7g)보다 거의 2배나

많아 높은 정상혈압이 고혈압이 될 위험이 더 크다”며 “이번 혈압 기준

강화는 한국인에게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고혈압 전단계, 어떻게 해야 하나?

고혈압이 있으면, 정상인에 비해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5∼7배

높다. 그러나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릴 정도로 별다른 예고

증상이 없다. 따라서 평소 혈압관리를 철저히 하고 고혈압 예방에 힘써야

한다.

고혈압 전단계 혈압일 경우 현재 심장병·신부전증·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당뇨병이 있으면, 혈압강하제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적 혈압이 돼야 이로 인한 합병증이 적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운동·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개선으로 혈압을

낮춰야 한다. 핵심은 체중감량과 저염식. 고혈압 전단계의 경우, 체중

감소를 하면 6개월째부터 혈압이 대략 ‘3.2㎜Hg’ 떨어지고, 저염식을

하면 ‘2.2㎜Hg’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된다. 둘을 병행하면 효과는 배가

된다.

따라서 ▲하루 섭취 소금의 양을 6㎎ 이하로 줄이고 ▲일주일에 최소 3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표준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한양대병원 순환기내과 이방헌 교수는 “성격이 급하거나 흥분을 잘하고

걱정·불안·정신적 충격 등이 있으면 혈압이 올라가므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피로를 초래하는

과격한 운동·과음·과식·흡연 등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 등을 통해 칼륨·마그네슘 등의 무기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 의학전문 기자 doctor@chousn.com )

http://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05093056110&